<넷플릭스 시리즈> : [폭싹 속았수다] 1막~3막 후기
여전히 꽃잎 같고, 여전히 꿈을 꾸는 당신에게
제주에서 태어난 '당차고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 사기꾼에게 속았다는 건지,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니까 속아서 결혼했다는 건지 헷갈리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알고 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아래와 같은 '수고 많았습니다' 라는 뜻 이였다.
네이버 국어사전 뜻: 폭삭 속았수다 제주도 사투리는 좀 알아듣기가 힘든 말이 많아, 서울 사람이 제주도 사람의 말을 듣고 오해했었다는 일화가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 사투리인 '폭삭 속았수다' 역시 속았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 모두가 속았다. 가슴이 참으로 묵직하게 먹먹한 드라마다. (> 크리넥스를 지참하라)
남녀 청춘 멜로드라마인 줄로 속았지, 실제 이것은 가감 없는 과감한 갓 배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생생한 인생자체적 이야기였다. 인생을 재밌는 이야기들로 모아 통째로 잘 응집시켰다.
그래 제목부터 우리는 속았다. 제목부터 속았지만, 이 드라마가 얼마나 깊은지를 제주도 바다처럼 우리에게 어떠한 사전경고도 없이 속이고 시작하였다. (한국 외 해외에 번역된 제목들을 따로 찾아보면 완벽한 번역이라기보다는 감성적으로 해석한 제목들이 많았다.)
이 드라마 시리즈는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한 번에 케이크 한판을 해치우고 싶은 감정이 아니다. 사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한 번에 이 모든 이야기 시리즈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이 드라마는 더욱 보석 같았다. 제주바다처럼 깊다. 인스턴트 조미료로 뚝딱 끓인 국물이 아닌 정말 우리 땅과 심해에서 가져온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들로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국물 요리 같다.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는 공간적 배경이 제주도라서 더욱 특색이 있었다. 그냥 제주도 상징성 말고 진짜 제주도 만이 내뿜는 저 깊은 바다 섬, 그리고 화창한 날씨에서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라도 모조리 싹 쓸어버릴 것만 같은 태풍 같은 무서움과 검은 날씨들,,,, 우리의 진짜 인생이랑 뭔가 닮은 구석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엄마’라는 단어는 세상 그 자체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어찌 보면 그 흔하고 어려운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검승부하며 보여준다. 뻔하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진지하고 깊게 고민한 흔적이 짙다. 이러한 스타일로도 훌륭한 드라마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좋은 것은 천천히 감상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과연, 이 같은 감정을 갖게 하는 드라마들이 몇 개가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에 등장한 이 드라마 포스터에는 아이유, 박보검이 등장한다. 아이유가 선보인 이번 드라마에서 그녀의 연기는 또 하나의 신기록이다. 남자주인공인 박보검은 그의 평상시의 캐릭터 이미지와 비슷한 아주 적절한 굿 캐스팅으로 보인다. 남녀 주인공(성인캐릭터 포함) 모두 캐스팅 찰떡궁합이다.
나는 이 드라마가 확 당기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이 문을 열었다. 아뿔싸, 새로운 인생드라마이자 이것은 살아있는 장편 소설이다.
<'폭싹 속았수다'> 는 명작이다. 이 드라마는 꿈을 꾸고 일어나 아, 뭔가 재밌는 꿈을 꾸었어하면서 일과를 시작하고 몇 시간 후 그 꿈이 생각이 안나는 (어, 뭐였지?) 할리우드 스타일의 오락성 작품이 결코 아니다. 세대를 넘나들며 캐릭터들의 모습과 배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 모습들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 이야기의 주제가 너무나 먹먹하고 슬퍼서 더 그러한가 보다. ‘엄마’가 등장하면 더욱 집중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등장인물 들중에 이모들, 할머니들의 대사들도 많이 등장한다. 연륜 있는 자들의 대화나 멘트들은 역시 세월과 함께 묻어있었다. 말들이 참 예쁘면서 무거웠다. 가벼운 농담 같으면서도 비수를 계속 꽂는다.)
이 드라마는 아이유가 열연한 '나의 아저씨' 처럼 제법 오랜 시간 여운을 안겨줄 것 같은 예감이다.
엄혜란, 아이유와 박보검, 문소리 외 대부분의 연기자들의 연기는 특히나 일품이다.
[여러 세대들의 등장]
드라마는 시대를 관통하고 세대를 넘나 들고 있다. 여러 세대가 등장한다. 할머니, 해녀 엄마, 해녀 엄마의 딸인 애순이, 애순이의 자식이자 손자들 금명이, 은명이, (동명이)의 삶을 이야기한다. 드라마 시리즈는 손자들의 결혼과 자식들의 이야기까지 전개되며 흥미진진하다.
[제주도 배경] [가난한 삶] [어머니]
제주도 해녀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산소통 없이 프리 다이빙을 한다. 현대의 시대 지금처럼 멋지고 섹시한 프리다이빙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취미로 하는 프리 다이빙이 아닌, 정말로 생명을 걸고 숨을 참고 생존하는 리얼 다이버 들이다. 그들이 버는 돈, 지폐들은 항상 젖어있으며 냄새는 비린내에 절여있었다. 그것조차 의식이 된다면 그들 세상에서는 여유 있는 삶이자 사치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해녀들이 등장한다. 여 주인공 애순이(아이유)의 친 어머니 역시 해녀 출신이다. 매일 목숨을 걸고 전복 등 을 따고 올라온다. 그 위를 어린 애순이가 지킨다. 어머니는 내 딸만큼은 해녀로 키우지 않기로 다짐한다. 제주도에 나오는 여 주인공 애순이의 가정사는 여유롭지 못하다. 부자들의 삶과는 동 떨어진 물질적으로 가난한 삶이었다. 또한 물질적인 부분을 넘어선 정신적이고 어떠한 상황자체들 마저도 가난했다. 그래서 애순이는 서로 좋아하는 관식이 말고 서울 부잣집에 시집을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향후에 애순이 어머니가 죽고 애순이는 딸(금명이)을 낳게 된다. 그 딸을 시어머니가 해녀를 시키기 위해서 제사(?)를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애순이는 정말로 빡이 쳐서 (열받아서) 해녀 옷과 그 상들을 엎어버린다. 현실은 여유가 없고 여전히 퍽퍽하고 힘들지만 손녀의 미래를 시어머니의 시어머니가 정해주는 장면을 정면으로 싸우고 맞받아칠 때는 무언가 통쾌했다. 시집살이의 모습과 세대들의 이야기, 하지만 계속 이겨내고 그 안에서 애순이가 성장하는 모습은 힘겹지만 재미있다.
삶이 퍽퍽하고 힘든 가운데 여주인공 애순이(아이유) 옆을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지키는 남주인공 관식이(박보검)가 있다.
관식이는 뉴 판타지 해이다. 여주인공 옆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옆을 지킨다. 애순이 먹을 것을 항상 챙겨준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일 순위다. 먹는 것, 공부하는 것 무엇 조차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의 청춘은 빛이 났다. 멋지게 과감했으며 그만큼 애잔했고 짠했다. 슬프면서 예뻤다. 아름답고 찬란하며 씩씩했다.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며 그들을 보았다. (바닷속이 얼마나 깊고 위험한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 밖의 표면은 햇살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관식이는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랑은 결코 달랐다. 묵묵하게 무쇠처럼 옆을 지키고 가정을 꾸리고 몸을 혹사하여 안타깝지만 말년에는 당연히 몸이 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성인이 된 남자주인공의 목소리조차도 삶의 애환이 담긴 것처럼 들린다. 성인이 된 그의 손은 특히나 수많은 시간 동안 바다와 사투를 벌인 흔적으로 남아있다. 백마 탄 왕자 콘셉트의 드라마처럼 모든 것을 애순이에게 줄 수는 없었다. 다만,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랑 다르게 냉혹한 현실성이 돋보이며 나중에는 이것이야말로 판타지구나 라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꿈이자 환상이자 새로운 차원의 왕자님
그래도 이러한 무쇠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 애순이는 삶을 어떻게라도 살아나간다. 희망을 갖고 전진했다. 그녀의 인생에 그래도 그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들은 계속 성장해 나간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본다. 보기 좋다.
우리 삶은 모두가 처음이다. 삶도 처음이고 자식으로도 부모로도 다 처음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서툴다.
그 삶 속에 생존 그리고 어머니가 존재한다. 또한 아버지도 있었다.
삶은 생존이자 전투이다.
하얀 눈보다 차디차고 얼음장 같으며,
그 차가운 얼음 날은 어떠한 칼들보다 날카롭다. 누군가는 그 칼로 남을 찌른다. 누군가는 하루하루 칼날을 목 앞에 두고 겨우 살아간다.
바닷속 깊은 곳은 캄캄하다.
주인공들과 우리의 미래처럼 어둡고 캄캄하다.
우리가 안 가본 저 심해는 춥고 어둡고 두렵다. 숨을 제대로 쉬지 않고 내려왔다면 죽음도 각오해야 한다.
"세상 제일 쌘 근심은 눈앞의 근심이었다." (애순이 내레이션 中)
"부잣집에나 시집가지" (관식이 내레이션 中 )
"세상 제일 쌘 행복은 눈앞의 행복이었다." (애순이 내레이션 中)
옛 제주도에서는 배에 여자가 타면 안 된다고 한단다. (?)
그래도 애순이는 커서 딸과 함께 배에 발을 들여서 결국 올라선다. 새 배 이름을 붓으로 칠한다. 고기잡이 배에 타본다. 관식이가 계속 권한다. 그 장면은 삶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또 다른 쾌감을 선보였다. 세상이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보겠다. 아무렴 어때,,,
현실적인 드라마라 더 슬프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탄생, 가족, 과거와 현재가 계속 스쳐 지나갔다. 내 머릿속에는 나만의 세상 속 캐릭터들이 한두 명씩 등장하고 나가고를 반복했다. 주체하기 힘든 괴로움과 슬픔이 찾아왔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을 정도의 힘듦이 있었다. 재미와 웃음도 짓게 했다. 대작의 클래식과 비슷하기도 했다. 계속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성장통처럼 마음이 쑤실 때마다 다들 조금씩 자랐다." (애순이 내레이션 中) 9화
"마음이 자라는 순간이 있다. (애순이 내레이션 中) 9화
"영심이는 서울에 자가가 있어서 꿈이 많았나?" (애순이 내레이션 中)
드라마 속의 재미난 시대상황, 배경, 캐릭터, 에피소들은 많다. 소소한 웃음과 재미들도 크다.
애순이의 해녀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고 하루를 전쟁처럼 살고, 애순이를 맞이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애순이는 엄마를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꿈에서라도 나오길 간절히 원한다. 정말이지 힘들 때 가끔은 엄마는 꿈속에서 나타나줬다. 엄마는 평상시처럼 다 큰 애순이에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꿈속에서 애순이는 그 잔소리가 이제는 싫지가 않단다.
드라마는 애순이 의 큰 딸인 금명이 세대까지로도 이어진다.
애순이는 금명이, 은명이, 동명이 세명의 자식을 낳았다.
[할머니와 손녀]
왜? 뭐가 고달파? (할머니) 이 장면…
많이 슬펐다. 나 역시 인생이 만만치 않음을 알기에,,, 손녀가 삶이 힘들어서 할머니를 찾아갔다.
힘들다고,,나 도와달라고,, 말을 계속 못 하고 그냥 울기만 한다.
이미 할머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나 보다.
[동명이]
금명이, 은명이, 그리고 (동명이,,,)
이 삶은 내가 체험해 볼 수 없는 영역이라서 감히 상상하기 힘들긴 했지만 이 부분도 참 슬픈 내용이다. 포크와 사탕을 올려두는 장면들이 스친다. ㅠ
("내가 다 안다." 할머니의 위로,,,)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폭삭속았수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을까?
그들의 삶이 너무 애달프고 너무 슬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우리의 삶에 이야기해주는 위로 인가, 당신들 정말 수고했다고, 삶을 살아가고 지금까지 버티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에 당신에게 나에게 정말로 너무 수고했어요. 고생 많으셨다라고
[넷플릭스 추천작]
넷플릭스 추천작이다. 평범한 삶 속에 가슴 저 깊은 곳 묵직한 한방을 쌔게 날려줄 작품이다.
우리의 삶의 말미에 고행이었소? 아니면 소풍이었소? 누가 물어본다면
부디 소풍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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